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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셋로그가 이렇게 오래 남아있을 줄 몰랐습니다. 유행처럼 반짝 뜨고 사라지는 콘텐츠들을 너무 많이 봐왔거든요. 그런데 친구들과 직접 셋로그를 찍어보면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건조하고 팍팍했던 일상에 오랜만에 소소한 웃음이 생겼고, 기록한다는 행위 자체가 이렇게 즐거운 것이었나 새삼 느꼈습니다. 그리고 셋로그 말고도 일상을 기록할 수 있는 앱들이 훨씬 다양해졌다는 것도 그때 처음 제대로 알게 됐습니다.
셋로그가 유행하는 이유, 단순한 트렌드일까
셋로그가 요즘 계속 회자되는 걸 보면서 "그냥 브이로그랑 뭐가 다른 거지?"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저도 처음엔 그랬거든요. 그런데 제가 직접 찍어보니 확실히 다른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셋로그란 'Set Log'의 줄임말로, 하루의 특정 시간대나 공간을 짧게 기록한 영상 콘텐츠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자신의 일상 '세트장'을 영상으로 남기는 방식입니다. 브이로그처럼 편집에 공을 들일 필요가 없고, 그냥 지금 이 순간의 분위기를 담는 데 집중합니다.
실제로 친구들과 함께 셋로그를 진행해봤는데, 친구가 어떻게 일하고 어떤 공간에서 하루를 보내는지를 영상으로 보는 경험이 생각보다 훨씬 재밌었습니다. 텍스트로 "오늘 카페에서 작업했어"라고 전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생동감이 있었거든요. 독일에서 살고 있는 동생 생각도 났습니다. 가족끼리 셋로그를 주고받으면 멀리 떨어진 사람의 일상을 실감나게 공유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라이프로깅(Lifelogging)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라이프로깅이란 자신의 일상을 다양한 미디어로 기록하고 축적하는 행위를 뜻하는데, 디지털 자기 서사라고도 불립니다. 셋로그는 이 라이프로깅의 영상 버전이라고 보면 됩니다. 국내 모바일 동영상 콘텐츠 이용률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는 만큼(출처: 방송통신위원회), 짧은 영상 형식의 기록 방식은 당분간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셋로그 다음은 뭐? 앱으로 넓어진 기록의 폭
저는 원래부터 기록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 용도에 따라 다이어리를 따로 구매해서 쓰던 사람입니다. 독서용 노트, 감정 일기, 음식 기록 등 종이 다이어리를 여러 권 챙겨 다녔는데, 무겁기도 하고 결국 중간에 흐지부지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그 모든 걸 앱 하나하나로 대체할 수 있게 됐다는 게 제 경험상 정말 큰 변화입니다.
앱의 UI/UX(사용자 인터페이스/사용자 경험) 수준이 몇 년 전과는 비교가 안 될 만큼 올라왔습니다. UI란 우리가 앱 화면에서 직접 보고 누르는 디자인 요소를, UX란 그 사용 흐름 전체에서 느끼는 경험을 말합니다. 요즘 기록 앱들은 이 두 가지 모두 귀엽고 예쁘게 설계돼 있어서, 기록 자체보다 앱을 여는 행위가 먼저 즐거워집니다.
제가 특히 주목한 앱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rlog: 독서 기록 앱으로, 읽고 있는 책을 검색해 추가하면 감상평, 문장 발췌, 질문을 각각 분리해 기록할 수 있습니다. iOS와 구글 플레이 모두 지원합니다.
- 오늘의 영수증: 하루의 일과를 시간 순서로 입력하면 영수증 형태의 이미지로 변환해줍니다. 서명 기능까지 있어서 매일 하루를 마무리하는 루틴으로 쓰기 좋습니다.
- brewwww!: 커피 사진과 카페 정보를 기록하면 스티커처럼 귀여운 이미지로 변환해주는 앱입니다. 캘린더에 쌓이는 모습 자체가 하나의 콘텐츠가 됩니다.
- repov: 영화, 음악, 전시 등 일상에서 접하는 문화적 경험을 사진과 함께 기록하는 영감 기록 앱입니다.
- Noms: 음식 사진과 칼로리, 가격을 간단히 기록하는 앱으로, 유료 버전에서는 주간 단백질 비중 등의 영양소 분석도 가능합니다.
- Cosmos: 핀터레스트 대신 쓸 수 있는 이미지 아카이빙 앱으로, 색상 팔레트 기반 검색 기능이 있어 무드보드 제작에 특화돼 있습니다.
"이런 앱들은 결국 다 똑같은 일기 앱 아니냐"라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기록의 형태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같은 하루도 완전히 다르게 남겨집니다. 텍스트로 남기는 것과 영수증 이미지로 남기는 것은 나중에 다시 꺼내 볼 때의 감도(感度)가 다릅니다.
기록 습관, 왜 지금 다시 주목받는가
기록 앱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는 건 수치로도 확인됩니다. 국내 앱 시장에서 라이프스타일 카테고리 앱의 이용 시간이 증가 추세에 있으며, 특히 20~30대 사용자의 자기 기록 관련 앱 설치율이 높아지고 있습니다(출처: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셋로그의 인기도 이 흐름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여기서 앱 리텐션(Retention)이라는 개념을 이해하면 왜 기록 앱들이 이렇게 다양한 형태로 설계되는지 납득이 됩니다. 리텐션이란 사용자가 앱을 설치한 이후 얼마나 오랫동안 꾸준히 사용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기록 앱의 경우 리텐션이 낮으면 앱 자체의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에, 개발사들이 UI를 더 귀엽고 직관적으로 만드는 데 집중하는 겁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기록 앱이 너무 많아서 뭘 써야 할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분들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실제로 저도 처음엔 여러 앱을 번갈아가며 써보다가 결국 두세 개로 좁혀졌거든요. 어떤 앱이 좋다, 나쁘다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어떤 방식으로 기록을 남기고 싶은지를 먼저 아는 게 중요합니다. 음식을 좋아한다면 Noms, 책을 많이 읽는다면 rlog, 이미지 감도를 쌓고 싶다면 Cosmos가 자연스럽게 맞아 들어올 겁니다.
팍팍한 일상 속에서 기록은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나라는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셋로그든, 영수증 앱이든, 독서 기록이든 형식보다는 '계속 남기고 싶어지는가'가 기준이 되면 충분합니다. 아직 자신에게 맞는 기록 방식을 찾지 못했다면, 일단 위에 소개한 앱 중 하나를 오늘 깔아보는 것부터 시작해보시길 권합니다. 생각보다 그 첫 기록이 꽤 오래 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