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서 자화상 앞에 서면 항상 같은 의문이 생겼습니다. 왜 이 사람은 자기 얼굴을 이렇게까지 반복해서 그린 걸까? 단순한 연습이었다면 80점씩이나 남길 이유가 없습니다. 거울 앞에 앉아 붓을 든 화가들에게는 저마다 다른 사정이 있었고, 그 사정이 캔버스 위에 고스란히 얼어붙어 있습니다. 자화상은 셀카와 비슷해 보이지만, 실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행위였습니다.화가들이 자신을 그린 진짜 이유한번 생각해 보셨나요? 당신이라면 모델 비용도 없고, 누군가 봐줄 사람도 없는 상황에서 무엇을 그리겠습니까? 답은 거울 속 자신입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그 현실적인 선택이 미술사에서 가장 깊은 기록 중 하나로 남았습니다.자화상(Self-Portrait)이라는 장르는 르네상스 시기를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발달했습니다...
미술관에서 안내 책자를 펼칠 때마다 느끼던 이상한 감각이 있었습니다. 다빈치, 고흐, 피카소. 이름들이 전부 남자였거든요. 그러다 어느 날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의 그림 앞에 서서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습니다. 17세기에, 여자가, 이걸 그렸다는 사실이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전해졌습니다. 오늘은 미술사를 실제로 바꿔놓은 여성 화가들의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바로크에서 아르데코까지, 시대를 뚫은 이름들제가 처음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를 접한 건 미술관 도슨트 해설을 통해서였는데, 그 자리에서 도슨트 선생님이 던진 한마디가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이 그림은 단순한 신화 묘사가 아닙니다." 젠틸레스키의 〈유디트가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다〉는 바로크(Baroque) 양식 — 강렬한 명암 대비와 극적인 구도를 ..

